안녕하세요.
오늘은 드라마 넷플릭스 지옥 결말 해석 관련해서 한번 포스팅해 보겠습니다.
드라마 지옥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 미리 말씀드리고 싶은 점은 이 드라마는 하나의 논리로 모든 것을 풀 수 없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연상호 감독의 의도라고 생각됩니다.
인간의 논리로 이해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시연'이 나타나는 시대, 그리고 그 시대에 각각의 인간이 어떻게 대응하는지 묘사하는 것에 힘을 쏟았고 왜 시연이 발생하는지, 혹은 신이라는 게 있다면 그의 진짜 의도는 무엇인가는 감독의 주요 관심사는 아니었다고 봅니다.
저는 감독의 의도대로 주요 캐릭터들을 분석해 가면서 지옥이 품고 있는 다양한 의미를 이야기해보자 합니다. 먼저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인 고지의 특성에 대해 알아보면 갑자기 거대한 형상이 나타나고 특정 사람의 이름을 말한 뒤 사망할 시간을 알려주는데요.
그리고 약속한 시간이 되면 정말로 괴물이 나타나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여버리죠. 드라마에서 보여지는 고지와 시효는 일종의 자연재해라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죄를 저지르건 저지르지 않았건 나이가 많건 적건 아무 규칙 없이 누구에게나 급작스럽게 발생하죠. 그래서 고지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려는 시도는 전부 다 실패하게 됩니다.
또 하나 특이한 점은 분명히 이 시연이라는 것은 초자연적인 현상이라는 점입니다. 그게 신이던 혹은 외계인이든 분명 인간 세계와는 다른 차원에서 온 것이 분명해 보이죠.
무엇보다 시연을 당한 사체가 더 이상 유기물이 아니라는 점이 강력한 증거가 되겠죠. 그런데 드라마의 중심 인물들이 이 사건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전부 다릅니다.
정진수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라고 하기에는 조금 특이한 인물입니다. 종교가 되기 위해 필수적으로 갖춰야 하는 형식들 성지 경전 신도 같은 것들을 별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듯 보이죠.
그가 새진리회를 만든 것은 약 20년 전 경험한 시연 때문이었는데요. 죽음에 대한 공포에 휩싸인 그는 더 이상 죄를 저지르지 못하는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아니 적극적으로 목숨을 바쳐가며 선을 행하고 있었죠. 자신이 느꼈던 바로 그 공포가 신이 시연을 준비한 이유라고 생각하는 거죠.
기독교적 세계관에 따르면 인간은 원죄, 다시 말해 죄를 저지를 수 있는 약한 존재로 태어났습니다. 전통적 표현으로 지은 죄가 아니라 짊어진 죄를 지니고 있는 것입니다.
어찌 보면 이건 좀 이상합니다. 죄를 저지를 수 있는 자유 의지를 왜 신이 주었을까? 에피쿠로스의 역설을 생각해 보면 전능한 신은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사실 정진수의 고민도 여기서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그는 인간의 본성이 악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정진수는 쉽게 이야기해서 중세 시대의 인간형입니다. 중세 시대를 아주 간단하게 말한다면 신의 말씀이 지배하는 시대라고 할 수 있는데요. 중세 시대는 인간이 질문할 필요가 없는 시대였습니다. 우리가 어디에서 왔는가는 창세기에 나오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는 성경에 나오는 율법을 따르면 됩니다.
죽으면 어떻게 되는가 역시 성경에 전부 쓰여 있죠. 다시 말해 신의 말씀을 믿는다면 인간은 태어난부터 죽음까지 모든 미스터리가 풀리게 되는, 그렇게 믿어야만 하는 시대인 것이죠.
하지만 중세가 완전하라면 기독교적인 신이 실존해야 합니다. 어떤 식으로든 존재해야만 하죠. 그런데 정진수는 종교적이고 인격적인 신이 실재한다는 증거를 찾지 못합니다.
오히려 시연을 행하는 신은 아무 이유 없이 아무 때나 주사위를 돌려가며 무작위로 사람을 죽이는 것처럼 보여줍니다.
여기서 정진수는 무너져 버립니다. 그럼 그와 반대되는 인물은 누구일까요? 네, 바로 형사 진경훈입니다.
중세가 끝나고 근대가 오면서 인간은 신에게서 독립하여 자율성을 획득합니다. 인간 이성과 경험이 만들어낸 법을 통해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또 그들을 처벌할 수 있는 권리가 생긴다고 생각하게 되죠.
그래서 형사 진경훈이 그토록 중요시하는 것은 인간의 자유의지였던 것입니다. 또 진경훈은 6년 전 부인을 잃었습니다.
그것도 약쟁이 살인마에게 잔혹하게 살해당했죠.
진경훈이 믿고 있는 인간의 법은 너무나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이렇듯 서로의 신념에 약점이 있는 인물이 부딪히는 지점이 매우 흥미로운데요.
신을 잃어버린 정진수는 인간에게 적합한 신의 의도를 직접 만들어내려고 합니다. 그래서 진경훈의 딸을 도와서 진경훈의 아내를 죽인 약쟁이를 살해하게 되죠.
그리고 사체를 시연 당한 듯 꾸며 자신의 논리를 강화하는 데 이용합니다. 공포에 질린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선하게 행동하는 게 더 나은 세상이라 믿으면서 말이죠.
실제 그는 새로운 종교를 창시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박정자의 집은 성지가 되어 신의 강림을 기념하고 자신이 쓴 책은 새로운 시대의 경전이 됩니다.
마지막으로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신도가 되는 것이죠. 이 순간 경우는 선택을 해야 합니다.
결국 경훈은 거대한 무의미의 감옥에서 벗어나는 삶, 정진수가 준비한 세상에서 딸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선택합니다.
인간이 쌓아 올린 이성을 포기하게 된 것이죠.
하지만 정진수가 퇴장하고 나자 더욱 강력한 괴물이 등장합니다. 바로 이동욱과 김정철인데요. 저는 본질적으로 이 두 사람이 맡고 있는 역할에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신을 도구로 이용합니다. 자신이 가장 신에 가까운 사람이라 주장하며 신이 아닌 자신에게 경배할 것을 은연중 욕망하고 있죠. 그래서 김정철의 경우 그럴 듯한 형식에 집착하고 진실을 조작하고 적극적으로 은폐하고 있죠. 이들의 문제는 튼튼이가 고지 받으면서 시작되는데요.
새 진리의 교리에 따르면 인간이 선하게 살기만 하면 고지나 시연을 받을 리 없습니다. 인간의 노력으로 막을 수 있는 구체적 행위만이 죄인데요.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받은 원죄도 없고 누군가 대신 타인의 죄를 속죄할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튼튼이는 새진리회의 교리 자체를 부정하는 강력한 증거인 겁니다.
그런데 튼튼이의 고지는 이동욱에겐 구원의 멧돼지처럼 보입니다. 고지를 받고 나서 신에게 버림받았다는 생각에 매우 고통스러운 삶을 보냈지만 나도 모르는 무슨 죄를 저지른 게 아닌가 그런데 지옥에 간다는 게 튼튼이가 자신의 집으로 오자 신이 자신만을 위해 모든 사건을 준비했다는 광기에 빠지게 되는 거죠.
두 인물 다 신을 참칭한다는 점에서 현대사회 종교의 폐해, 광신의 위험함을 보여준다고 생각됩니다.
이제 마지막입니다. 그럼 결말의 의미는 뭘까 지금까지는 신의 고지가 발생하면 절대 거스르지 못하는 압도적인 재난이었는데 튼튼이만큼은 유일하게 살아남은 예외가 되었죠.
그럼 이 현상을 어떻게 이해하면 될까요?
첫 번째, 우리에게 친숙한 종교적이고 인격적인 신 다시 말해 예수와 같은 신이 존재해서 자신의 생명을 희생하면서까지 자식을 지키는 순고한 인간의 모습이 마침내 이 끔찍한 재앙을 멈췄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이 원했던 것은 종교적 율법을 지키는 것도 아니고 공포에 짓눌려 억지로 선한 척 사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희생 사랑과 같은 인간적이고 순고한 감정을 최대한 발휘하는 것을 원했을 수 있죠.
저는 이것이 신이 인간에게 자유 의지를 내려준 진짜 이유였을지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원작 웹툰에는 없지만 드라마에서 추가된 박정자의 부활 역시 신의 의도가 마침내 세상에서 구현되자 희생양 삼았던 그녀를 다시 살려낸 것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고지가 아무런 법칙이 없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면 이 사건들은 그저 우연일 수 있어요. 고지를 받은 당사자가 죽는 것이 계속해서 반복되어서 마치 인과성 즉 원인과 결과가 있는 법칙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 괴물들은 아무나 죽이면 다시 돌아가게 설계되었다고 생각할 수 있죠. 그래서 부모를 죽이자마자 곧바로 돌아가게 된 것이고요.
심지어 고지 당시 천사의 대사를 들어보면 죄에 관한 언급은 나오지도 않습니다. 모든 인간은 사망 이후 지옥에 가도록 세팅될 수도 있는 게 아닐까요?
다양한 가능성을 생각해 보면 부모의 희생이니 순고한 사랑이냐 하는 것들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입니다. 튼튼이가 살아남은 것은 우연에 불과하죠. 박정자 역시 아무 이유 없이 살아난 것입니다.
애초에 신이 규칙이 없는데 죽이지만 않고 한 번쯤은 살릴 수도 있는 거지 다만 인간은 거대한 무의미를 참을 수 없어서
상상력을 발휘해 의미의 빈틈을 메운 것입니다.
감독은 어느 쪽으로든지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작품에 새겨놓았습니다. 어떤 결말을 선택할 것인지는 여러분들에게 남겨둔 채 말이죠.
그럼 연상호 감독은 어떤 세계관을 가지고 있을까 작품에서 보여지는 그의 세계관은 불가지론에 기초한 것으로 보여집니다. 분명 인간을 초월한 신이 존재하는 것은 믿고 있으나 우리는 신의 의도 혹은 목적을 결코 알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래서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의 신념과 양심을 굳건히 지키면서 살 수밖에 없는 것이죠.
튼튼이는 민혜진 변호사의 손에 맡겨집니다. 민혜진은 드라마에서 거의 유일하게 상식을 지키고 자신의 실수를 필요 이상으로 자책했던 인물입니다. 이것이 연상호 감독이 우리에게 남기는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함께 읽으시면 좋은 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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